영화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렸을 적의 느꼈던 동네 분위기처럼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꼈다. 이런 분위기 조성을 통해 이후 영화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마치 실제 있는 일을 받아들이게 끔 하였다 60대 중반의 여성, 양미자의 삶을 참으로 현실적으로 담아내었다. 단 하루의 시간에도 사람은 여러 개의 모습을 드러낸다. 양미자의 경우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모습, 철딱서니 없는 중학생의 보호자로서의 모습, 파출부로서의 모습, 시인이 되고 싶은 모습, 투신한 여중생의 아픔을 공감하는 모습, 가해자 보호자로서 종욱이의 장래를 지키고 싶은 모습, 누군가에게든 위로받고 싶은 모습이 있다. 그 어떤 모습에서도 힘들고 괴로워하지만, 의지할 곳은 마땅히 없는 모습에서 먹먹함을 느꼈다. 많은 영화를 보지는 못 했지만, 이런 차분한 ..
액션이 많이 나오는 부류의 영화일 줄 알았으나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가 더 눈에 띄는 영화였다. 영화 초중반동안 이어지는 팽팽한 신경전은 황국장의 죽음으로 인해 커다란 국면을 맞이한다. 황국자의 죽음은 진영인에게든 유건영에게든 결단을 내리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결국 마피아 보스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끝났다면 장팀장님이 추천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의 진면목은 진영인이 유건영의 정체를 깨닫고 유건영도 진영인이 본인이 스파이임을 알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한다. 실제로 개과천선하여 경찰로 살기로 한 유건영과 착하게 살기로 마음 먹은 사실은 알 길이 없고 설사 알았다고 한들 황국장을 죽음으로 내몬 것을 용서할 수 있을리 없는 진영인… 둘의 ..
미술상이 주인공이고 사기쳐서 미술품 빼돌린 다음에 본인의 방을 장식한다는 얘기가 ‘그레이트 프리텐더’의 한 에피소드와 비슷했다. 실제 전개도 비슷하였지만 그 전개를 보고서 느껴지는 감상은 전혀 달랐다. 솔직히 중반까지는 반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중후반부의 애틋한 전개때문에 그 반전을 잊어버리게 만들었고 평생을 걸쳐 모은 컬렉션이 다 사라진 방의 전체를 보여주는 연출은 입이 벌어졌다. 그때 부터 ‘사랑은 위조가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지배했다. ‘사랑은 위조가 가능한가?’ 이 의문은 조연들이 올드만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문제이다. 미술품을 빼돌리는데 도움을 주는 친구는 ‘모든 감정은 속일 수 있다.’고 말하는 반면, 수리하는 친구는 ‘사랑은 예술품과 같아서 위조하게 된다면 티가 난다’고 하면서 ..
카메라 각도나 빛의 처리를 잘 해서 그런지 아무 때나 일시정지해도 배경화면으로 삼아도 될 것 같았다. 그 당시 홍콩의 분위기에 집중하면서 봤다. 개인을 놓고 보면 옷도 잘 차려입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데 그들이 있는 공간은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모순되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두 주인공의 관계가 진전하거나 변화할 때마다 노래가 반복되서 나오는데 지루한 연출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섬세한 감정의 서사나 배우들의 연기로 오히려 좋은 연출로 승화시킨 것이 신기했다. 양조위의 눈빛이 미쳤다. 그들이 되고 싶지 않았던 이들의 치열한 갈등 헤어질 결심 때와 똑같은 의문이 들었다. 이런 류 얘기의 끝은 항상 비극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랐던 건 아니다. 다만, 가정(혹은 연인)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사랑..